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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하면 다들 대단하다며 놀랜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일을 꼽으라면 단연 마라톤이라 할 만큼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대단한 일임엔 분명하다.

난 욕먹는 건 물론이거니와, 직접적인 칭찬엔 특히 쥐약이다.
대단한 칭찬을 말하는게 아닌, 하다 못해 새로 한 머리가 이쁘다 정도의 칭찬도
누가 면전에서 하면 정말 그 순간 미쳐버릴것만 같다. 

그런데,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말 만큼은 낯 간지러운 대답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이상하게도 비교적 수월하게 남들 앞에서 내 입으로 직접 말하게 된다.


온전히 스스로 계획해서, 노력했고, 결과를 만들어 냈기에 당당하기때문이겠지만
더 큰 이유는, 상대방이 마라톤을 완주한 나를 봄으로써 "쟤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처음 생각하기 시작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중요하다.

처음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모든 공부를 함에 있어 스스로 호기심을 느껴 질문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보를 떠다주고 씹어먹여줘도 절대 자기 것이 되지 못한다.

즉, 스스로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 절대 "진짜"를 얻을 수 없다.

그런데 그 필요라는 것을 느끼기 위한 첫째 조건은,
그것이 과연 내가 노력하면 할 수 있긴 한 거냐는 것이다.


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은, 이날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무기력한 일상에서 단 하루라도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 만큼 환상적인 일이 또 있을까.

나에게도 마라톤이라는 건 달을 밟는 것 만큼이나 나완 상관없는,

가끔 일요일 아침 티비에서 볼 수 있는 마조키스트들의 장엄한 축제 같은 거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만난 살을 30키로 가량 쫙 뺀 동창에게
비법을 물으니
그 친구에 입에 서 나온 쌩뚱맞은 대답은 "나 마라톤 해"였다.



마.라.톤...이라..

우연히 만난 기름기를 쫙 뺀 친구의 입에서 "나 마라톤 해" 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마라톤이라는 게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됐고,
그렇게 마라톤이라는 달이 내가 밟고 있는 땅 위로 툭하고 떨어지게 됐다.

그 때의 우연한 만남으로 난 마라톤이라는 게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필요를 느낀다면, 적어도 할래면 할 수 있긴 한 거다라는 계산을 할 수 있었고,
지금 와서 생각 해보면 그런 과정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내가 강원도 양구에 심심하게 처박혀 있었던들 마라톤을 해야겠다는 황당한 결심을 하진 못했을 거다.

그 친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인생에 마라톤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 기회를 주고 싶다.

내가 대단하지 않지만, 아니 대단하지 않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나는 당신에게 내가 마라톤을 완주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라톤이 만만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꾸준히 계획적으로 준비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음엔 틀림없다.

대부분 마라톤을 인내의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마라톤은 성실함이 관건이다.
42.195km라는 긴 과정을 절대 억지로 인내하며 버틸순 없다.
스타트 라인에 설 때까지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했느냐가 본질이지 스타트라인에 선 이상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나 역시 아무 도움 없이 나 혼자 준비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보고 하라는 대로 하다보니 확연하게 내가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성공하리란 확신이 생기더라.

하다 보면 된다.
나도 처음엔 러닝머신 위에서 5km도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나중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 미친듯이 400m 트랙을 70바퀴씩 돌게 됐다.

더이상 계산하지 말고,
핑계대지 말고,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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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칠듯한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

단상 2010/11/24 23:52 Posted by 달려라구봉
#아무리 구질이 좋아도 중간계투가 불가한 투수가 있다.
바로, 슬로우 스타터.
한마디로, 공을 던지다 보면 슬슬 몸이 풀어져 뒤로 갈수록 제실력이 나오는 투수다.
박찬호가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지.

좋은 선발투수의 잣대로 많이 사용되는 퀄리티 스타트( 6이닝 3실점 이하의 실점)는 중간계투에게는 절대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선발투수는 1회에 3점을 주든, 6회에 3점을 주든 어쨌든 3점 이하로 실점을 했으면 할만큼 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중간계투나 마무리는, 단 한 투수만 상대하더라도 위기상황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는 게 역할이기에, 자기 실력이 나올때 까지 언제 발동이 걸릴지 불명확한 슬로우스타터 타입의 투수에겐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역할인 것이다. 

멋모르고 야구를 볼땐 투수하면 선발이지라 생각했는데,
야구를 보면 볼수록 항상 긴장하며 준비하다 필요한 상황에서 자기의 100퍼센트를 보여주는 마무리투수가 꽤나 멋져보인다.

누가 박찬호를 먹튀라 욕하는가. 삶에 대한 열정이 그 누구보다 뜨거운, 이미 전설이 된 사람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터.
달리기나 공부에 있어선 특히 그렇다.

달릴땐 항상, 처음 5분 내지 10분 정도는 유난히 다리가 무거워
과연 오늘 내가 목표한 거리를 뛸 수 있을까 항상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내가 왜 뛰어야 할까 하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되뇌이게 된다.
그렇게 처음 예열기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즐기면서 뛸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일년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처음 몇분이 항상 괴롭다.

하지만, 나의 슬로우 스타터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경우는 공부할 때다.
처음에 책을 딱 펼치면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 정말 고등학교땐 책상에만 앉으면 온갖 잡생각 때문에 도대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집중이 안되더라도 일단 엉덩이는 붙이자는 식의 다분히 곰스러운 미련함이 있어, 그 집중력 결핍을 어느정도 커버한 거라 생각한다.

사실, 모든 일에 다 그렇다.
나란 인간은, 기본적인 센스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처음 하는 것이 몸에 익을 때까지 시간이 꽤나 필요한 타입이다.

그래서 항상 처음엔 죽도록 어설픈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거다"하는 감이 오면 그때부턴 그래도 제법 곧잘 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 죽을만큼 싫은 어설픈 과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새로운 일은엔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늘도, 간만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좀 하려고 하니, 도대체가 집중이 안된다.

그래도 저번 주엔 나름 공부에 속도가 붙어 꽤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기에 나름 기대하며 공부를 시작햇는데 며칠 쉬고 다시 진도를 나가려니 또 예열 시간이 필요한갑다.

젠장.

결국 삼십분 만에 일어나 "오늘은 정말 아닌것 같아, 아 정말 슬럼픈가 보다" 싶어오늘은 그냥 집에 갈까 고민해 본다.

그러다가, 이놈의 인생은 머만 익숙해질만치면 또 맨날 슬럼프냐 싶어
변명거리만 만들어 내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공부 하든 안하든 일단 자책의 의미로라도 엉덩이라도 붙이고 처음 정해놓은 시간은 채우기로 해본다.

역시나,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나니 슬슬 발동이 걸린다.

결국 꽤나 맘에 들만한 성과를 거뒀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 이 가벼우면서도 한편으론
"나는 왜 이렇게 한번에 집중하지 못하고 항상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하나" 싶어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 이 빌어먹을 슬로스타터.

머 별수 있나. 고달프게 살수 밖에.

결국, 중간에 흐름이 끊어져 계속 재부팅하게 만들지 말고,
꾸준함을 유지하여 대기 상태에서 계속 새로고침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러가지를 모두 벌려 놓기만 하면 그것도 감당이 안되니까
적어도 공부 만큼은 긴장을 유지한 채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야 겠다.

머, 그러다보면 익숙해지는 게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덜 고달프지 않을까 싶다.

난. 절대 천재가 아니다.
그냥 답답해도 참고,
우직하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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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카

단상 2010/11/21 14:34 Posted by 달려라구봉

서른이 되어 갖게 된 마이카.

중고 주제에 예상을 훌쩍 뛰넘는 몸값에 후덜덜하게 만들고
첫 주행에 옆차 문짝을 긁어버리는 화려한 데뷔전을 치르느라
처음엔 그닥 맘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4개월동안 데리고 다녀보니 타면 탈수록 정이 간다.


연비는 이미 검증됐고,

디젤의 거친 느낌도 은근 매력적이다.

태생적으로 스피드와 같은 위험요소를 즐기는 타입은 아닌데도
운전을 하면 할수록 고것 참 재밌다.

나의 시간적 공간적 범위를 비약적으로 늘려
나의 가능성을 확장시켜줄 고마운 놈이 될 것 같다.


듬뿍 이뻐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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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고민은 나중에 하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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